8년 간의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들어가는 말

나는 2020년 2월에 8년 동안 다녔던 대학을 졸업했다. 벌써 대학을 떠난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글을 꼭 쓰고 싶었는데, 1년이 넘도록 미루다가 이제서야 쓰게 되었다.

나는 20대의 80프로를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보냈다. 먼저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군휴학으로 2년, 호주 워킹홀리데이 1년, 그리고 변리사 시험 준비로 1년의 휴학을 했다. 다행히 재수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28살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생활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기억도 참 많지만, 아무래도 인간은 후회하는 일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대학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들에 대해 기록하고자 한다.

1.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나는 대학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더 편하고, 낯선 사람들보다는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리고 어릴 때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계속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큰 결심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자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시간이 즐겁지 않다보니, 그 빈도가 잦지는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의 폭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날 때 사고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만 만나게 되면, 내 생각이 모두 옳다고 여기게 되고, 나만의 세상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내 생각의 오류를 알게 될 수도 있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도 배울 수 있다.

‘삼인행필유아사(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고 하지 않던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의도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 인적 네트워크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자산이기도 하다. 대학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훌륭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을 다닐 때 내 주위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흩어져 각자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성공을 이룩할 것이고, 이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는 내 인생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생때만큼 편견없이, 쉽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기는 없다. 만약 아직 대학생 신분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기를 바란다.

2.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

우리는 대부분 전공과 관련된 곳에 취업하게 되고, 꽤 오랜시간, 어쩌면 평생 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19살, 고등학생 때 고른 전공이 과연 내가 평생동안 하고 싶을만큼 즐거운 분야인가? 또는 가치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좋겠지만,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는 아는 직업도 별로 없고, 수험 공부 외에 다른 분야에 열정을 쏟아본 적도 없다. 심지어는 어떤 전공이 무엇을 배우는 지, 어떤 일을 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나는 수학이 재밌어서 이과를 선택했고, 비싼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아마 대부분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큰 고민없이 선택한 전공이 내 평생의 업이 되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수험공부 때문에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대학생때라도 했어야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남들 하는대로 따라 살게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아무 생각없이 학교를 다니다가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기업에 지원하고, 그 기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학업에 쫓겨,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간이 아까웠고, 그 시간을 차라리 학업에 쓰는게 낫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전공지식을 얻는 것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내 인생에는 훨씬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싫어하는지는 그 일을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내가 그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많이 경험하고, 열정을 쏟아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야 한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3.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나는 나름대로 풍족한 대학생활을 한 것 같다. 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아주 풍족했던 시절인 것 같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짧게 아르바이트를 한 것 이외에는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전혀 없다. 부모님께서는 과거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셨는지 나에게는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고자 노력하셨다. 그 바람대로 나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것은 아주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것 또한 명암이 있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나는 경제관념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저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지만, 꽤나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나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것보다 학업에 집중해서 나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미래에 더 많은 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때 배운 모든 지식이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돈을 벌어왔던 친구들은 전공지식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고, 그것들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학업을 내팽겨치고 돈벌이에만 집중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돈벌이는 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돈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조력자다. 돈을 버는 방법, 돈을 굴리는 방법을 대학생 때 배워둔다면 내 인생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맺음 말

대학시절을 돌아보니, 아쉬웠던 점들만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물론, 대학생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모든 것을 내팽겨치고 놀았던 것,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것, 그리고 변리사 시험에 도전해본 것이 그렇다.

내가 후회하는 일들은 모두 내가 ‘하지 않은’ 것들이고,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모두 내가 ‘한’ 것들이다. 내가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탓도 있겠지만, 해서 후회하는 일보다는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할까말까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해봐야겠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나는 반드시 성장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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